출고 마감이 다가오는데 거래처의 주문은 카톡 단체방으로 계속 들어옵니다. 제품명과 수량을 적어 보내는 곳도, 약어로 주문하거나 주문서 사진을 보내는 곳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거래명세서 요청과 반납 문의, 업무 대화가 섞여 있습니다.

담당자는 이 대화에서 발주를 골라 엑셀 전산 양식에 옮겨야 합니다. 거래처를 고르고 품목을 맞춘 뒤, 수량과 단가를 확인합니다. 메시지를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피면서 출고 마감에도 맞춰야 하죠. 마감 직전에 주문이 몰리면 한 사람이 이 확인과 입력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습니다.

저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유통기업은 메신저로 들어온 주문을 읽어 전산 양식으로 옮기는 일을 AI로 자동화해 업무량를 줄이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진단을 시작했고, 담당자의 실제 업무 과정을 확인해 자동화 범위를 정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객사의 진단 사례를 따라가며 총 3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발주 자동화 프로젝트에서 어떤 제안을 했는가?
  • 왜 그런 제안을 했는가?
  • 제안을 수용했을 때 업무가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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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를 시스템에 맡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고객사는 주문을 읽고, 어느 거래처의 어떤 품목인지와 수량·단가를 확인한 뒤 엑셀에 입력해왔습니다. 이 일을 시스템에 맡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가 진단에 활용하는 프레임인 위시켓 AX 성숙도 모델을 적용해보면, ‘판단 기준’과 ‘기록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I가 학습하고 판단할 원료(기록된 데이터, 명시된 규칙)이 없다면 어떤 AI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레벨 명칭 한 줄 정의
Lv0 암묵 운영 업무가 사람의 머릿속과 관행에만 존재한다
Lv1 데이터 정합 기록이 존재하고, 같은 것이 어디서나 같은 값을 갖는다
Lv2 프로세스 정형 일이 흐르는 경로와 예외 규칙이 시스템에서 관찰된다
Lv3 지능 보조 운영 AI가 업무 경로 안에서 특정 구간을 보조하고, 그 효과가 측정된다
Lv4 자율 운영 정의된 범위에서 AI가 판단-실행-기록을 완결하고, 사람은 예외와 정책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이 고객사에 바로 발주 AI 자동화 모델을 도입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I가 메시지에서 거래처명과 품목, 수량을 읽어냈습니다. 그런데 이걸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거래처가 약어로 적은 품목은 회사에 등록된 어떤 제품을 뜻하는지, 단가가 생략됐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확인할지 판단할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고객사의 담당자는 머릿속에 있는 암묵지로 이 정보를 채워왔습니다. 시스템이 그 일을 이어받으려면 담당자가 쓰던 해석 기준을 기록으로 남기고, 회사의 거래처·품목·단가 정보와 연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읽어낸 내용을 실제 발주 정보로 바꿀 근거가 생깁니다.

그래서 현장 진단에서 저는 3가지에 주목했습니다. 

  • 담당자가 주문을 구분하고 해석하는 기준은 어디에 남아 있나?
  • 주문 표현을 회사의 거래처·품목·단가 기준과 연결할 수 있는가?
  • 확정하기 어려운 주문은 어떤 확인을 거쳐 처리되는가?
📝 FDE NOTE
기준을 갖춘 뒤에도 정보가 부족한 주문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시스템이 어디에서 멈추고, 누가 무엇을 확인해 처리를 이어갈지 정해야 합니다. 처리와 예외 경로를 정하는 과정 또한 필수 준비 항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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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확인한 업무 과정 세 가지

확인은 담당자가 완성하던 엑셀 한 줄에서 시작했습니다. 거래처·품목·수량·단가가 채워진 결과와 원문 메시지 사이에서 담당자가 어떤 정보를 보태고 판단했는지 거꾸로 살폈습니다. 

발주를 시스템에 맡기기 위해 현장에서 확인한 조건

1) 판단 기준은 어디에 남아 있나

엑셀 한 줄을 만들기 전에 담당자는 먼저 입력할 주문을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단체방에는 새 발주와 접수 응답, 거래명세서 요청, 반납 문의가 섞여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이 가운데 엑셀에 입력할 발주만 구분해야 했습니다. 

거래처의 품목 표현을 해석할 때도 판단이 들어갑니다. 제품명을 정확히 쓰는 곳도 있지만 규격이나 약어로 주문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그 거래처의 표현을 알아보아야 전산에 올릴 품목을 정할 수 있었죠. 거래처별 약어와 주문 습관을 해석하는 지식은 경험과 개인 메모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2) 거래처·품목·단가는 무엇을 보고 정했나

거래처부터 보면 같은 이름을 쓰는 곳이 여러 지역에 있었고, 메시지에 지역과 지점이 항상 같은 방식으로 적히지는 않았습니다. 이름을 읽어낸 뒤에도 출고할 곳이 어느 지점인지 확인할 일이 남았습니다. 담당자가 평소의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보태던 정보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품목은 거래처가 쓰는 표현을 회사에 등록된 제품명과 연결해야 했습니다. 단가가 생략되거나 줄여 적힌 주문도 적용할 단가 기준과 대조할 일이 남았죠. 제가 주목한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메시지에서 읽어낸 정보 : 거래처명, 품목 표현, 적혀 있는 수량과 금액

- 전산에 입력할 정보 : 출고할 거래처, 회사에 등록된 품목, 확인된 수량과 적용 단가

표현을 정확히 읽어도 전산에 넣을 값을 확정할 근거는 더 필요했습니다. 모델의 ‘데이터 정합’ 기준으로 살필 지점도 이 연결이었습니다. 특히 지점 정보가 부족한 주문을 이름이 비슷한 곳에 연결하면 다른 지역으로 출고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3) 확정하기 어려운 주문은 어떻게 처리되나

주문을 읽고 입력하는 과정의 최종 판단은 담당자가 맡고 있었습니다. 지역·지점 정보가 부족한 주문은 거래처를 특정할 근거를 더 확인해야 했고, 사진 주문은 표와 글자의 판독 결과를 원문과 대조할 일이 남았습니다. 

이런 주문에서는 글자와 숫자를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입력할 정보를 확정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 주문에는 담당자가 원문과 정보를 살펴 판단하는 과정이 계속 필요했습니다. 읽어낸 결과를 모두 확정된 발주로 취급하면,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 읽힌 주문까지 입력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프로세스 정형’ 기준에서 살펴볼 대상도 담당자의 최종 확인까지 포함한 업무 흐름이었습니다. 자동입력의 범위를 검토할 때 이 추가 판단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 FDE NOTE :현장에서 내린 진단
판단 근거는 개인에게 흩어져 있었고, 주문 표현만으로 회사의 거래처·품목·단가를 확정하기 어려운 건이 있었으며, 담당자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주문도 남았습니다. 자동화할 수 있는 범위는 이 세 제약을 함께 고려해 정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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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바탕으로 정한 첫 프로젝트 범위

이 진단을 바탕으로, 담당자의 판단 근거를 기록하고 회사 기준과 대조하며 불확실한 주문을 검수로 넘기는 흐름을 제안했습니다. 거래처에 익숙한 카톡 채널은 유지하고, 그 뒤의 확인과 입력 과정을 바꾸는 범위였습니다.

1) 발주 분류·기준 대조·양식 출력을 한 흐름으로 묶기

메시지의 표현을 읽은 뒤에도 회사 기준과 대조할 일이 남았으므로, 이 확인까지 시스템의 처리 범위에 포함했습니다.

  • 수집·발주 구분 : 메시지를 수집하고, 분류 기준에 따라 처리할 주문을 골라냅니다.
  • 추출·기준 대조 : 거래처·품목·수량·단가를 찾아 회사 기준과 대조합니다.
  • 확정·검수 분기 : 확인 조건이 갖춰진 주문은 자동확정하고, 불확실한 건은 검수 목록에 남깁니다.
  • 양식 출력 : 확정된 발주를 전산에 올릴 엑셀 양식으로 생성합니다.

자동확정된 주문은 담당자가 다시 입력하지 않아도 양식으로 이어집니다. 검수에 남은 주문은 담당자가 원문과 대조해 보완한 뒤 확정하면 출력됩니다.

2) 불확실한 주문, 사진 주문은 사람이 확인하기

지점 정보가 부족한 주문을 추측해 연결하면 다른 거래처로 출고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검수 화면에서 원문·보류 이유·후보 거래처를 보고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리포트에 남은 미등록 지점의 주문도 다른 지역의 동명 거래처로 연결하지 않고 보류했습니다.

사진은 판독 오류 가능성을 고려해 당시 기준에서 전건 검수하게 했습니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담당자가 원문과 대조해 확정하며, 판독 결과가 깨끗해 보여도 자동확정에서는 제외했습니다.

3) 한 번 확인한 표기는 다음 주문에 재사용하기 

거래처별 표현의 의미가 개인의 경험과 메모에만 남으면, 시스템이 다음 주문에도 그 판단을 쓸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담당자가 보정한 내용을 거래처별 기록으로 남기게 했습니다.

실제로 기존 거래처의 다른 표기를 별칭으로 등록한 뒤에는 이후 주문에서 자동으로 인식했습니다. 원문과 판단 근거, 처리한 주체와 시각도 연결해 보정 결과를 재사용하고 다시 추적할 수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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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1) 업무가 반복 입력에서 예외 확인으로 줄어든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대화 전체에서 주문을 찾고, 내용을 대조하고, 엑셀에 옮기는 과정을 매번 거쳤습니다. 하지만 제안을 적용하면 시스템이 선별과 추출·대조를 맡고, 조건에 맞는 주문을 양식 출력까지 처리합니다. 담당자는 미등록 거래처, 빠진 정보, 확인되지 않은 품목 표현 등 판단이 필요한 건을 보게 됩니다.

사진 주문서는 완성된 초안을 원문과 대조하는 일이 남습니다. 새 거래처를 등록하고 단가 기준을 유지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대하는 변화는 사람이 반복해서 처리하던 부분을 덜고, 확인이 필요한 주문과 기준 관리에 일을 모으는 것입니다.

발주 처리 변화 다이어어그램

2) 개인의 경험이 회사 자산, AI 학습으로 남는다

개인의 경험에 있던 표현이 회사 기록으로 남는 변화도 있습니다. 별칭 등록 후 다시 인식한 사례처럼, 확인한 관계를 다음 주문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문과 처리 기록은 문제가 생겼을 때 확인할 위치를 제공합니다. 

단, 시간 절감이나 출고 오류의 개선 폭까지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크기를 설명하려면 기간과 집계 기준을 맞춘 측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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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결과를 확인하며 다음 범위를 정합니다

고객의 목표는 주문을 읽고 옮기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리포트에는 자동확정 비율, 검수 건수, 출고 오류 건수를 주간단위로 보고하는 계획을 담았습니다. 고객에게 검수와 기준정보 관리를 요청한 것도, 같은 이유로 멈추는 주문을 줄이도록 확인한 내용을 재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장기 방향으로는 거래처가 품목·수량을 직접 고르는 고객 포털을 제시했습니다. 축적한 거래처·품목·단가 기록을 기반으로, 입력 시점에 정보를 확인해 해석·검수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입니다. 다만 카톡에 익숙한 거래처에 전환을 강제하면 주문이 줄 위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시기와 범위는 자동확정 비율과 거래처 반응을 보며 별도로 제안할 대상으로 남겼습니다.